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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Book

1월의 책들


1.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작 모음집이다. 6편의 상이해보이는 단품들은 일본에서 일어난 고베지진(95년 1월)과 옴진리교 가스테러 사건(95년 2월)을 직,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전작과는 다르게 부재(不在)가 중심이 아닌 오히려 그것을 채워가는 것이 주제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실려있는 "벌꿀 파이"를 제외하고는 재밌지 않아 지루하게 읽어내려갔다. 

2. 명작 스캔들-장 프랑수아 세뇨
 TV프로그램 평품 스캔들과 제목도 비슷하고 내용도 비슷하다. 유명 미술 작가를 통해 삶과 유명작들을 소설같은 흐름으로 알려준다. 미술작품을 알려주는 책에 설명은 있는데 해당하는 작품은 적어 아쉽다.

3. 낯익은 세상-황석영
 작품의 배경이자 도심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섬인 "꽃섬"은 전혀 낯설지 않다. 그 이름만큼이나 모순은 이미 우리의 삶에 충분히 깊숙히 들어와 있어서가 아닐까? 생산과 소비사이에 이뤄지는 불평등한 분배로 인한 빈부격차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지 못한 자본주의의 폐허가 소년의 삶과 심리에 잘 표현되어 있다. 폭력과 권력이 가시고 난 뒤에 죽음으로 묘사되는 이 시대의 마지막 순수함은 희망으로 바꿨다.
 쉽게 읽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함축적인 책이다.

4. 화차-미야베 미유키
 1993년 야마모토 슈고로 상(나오키상에 비해 대중성이 뛰어난 작품에게 수여된다. 2002년 같은 상을 받은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를 강력추천 한다.)을 수상한 작품이다. 일본문학에 있어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내려놓기 싫은 책을 쓰는 작가 중 한명인 미야베 미유키(히가시노 게이고와 양대산맥)의 예전 작품이다. 빚으로 지탱되는 자본주의를 비판하였으며 그로 인해 생기는 범죄를 쫓아가는 형사의 얘기다. 책을 읽기전 신용카드로 자신의 감당하기 힘든 소비를 하는 것은 당연히 당사자의 자질문제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렇게 만든 사회 역시 책임이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와닿았다. 작가는 극중 인물을 통해 교통사고에 이를 비유했는데 운전하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교통사고 자체가 자신이 조심하고 안전운전을 한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표지판이나 도로를 관리하는 정부나 상대방의 조그만한 실수로도 생기기 때문에 교통사고 사고 당사자만의 잘못이라 말할 수 없다.
 중후반까지의 형사의 추리에 물흐르듯 빠져들지만 엔딩부분에 있어서는 여운을 남겨두었고 더 읽고 싶은 이기적인 독자의 마음으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책장을 덮으면서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언제나 보고 난 뒤 재밌었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