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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Book

11월의 책들


1. 새벽 거리에서-히가시노 게이고
 불륜과 살인사건의 외줄타기 끝에 나오는 예측불가능한 결말까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최소한 중간이상은 가는 듯하다. 이틀만에 독파했는데 시간만 더 있었으면 하루만에 읽혀질 정도로 문장의 쉼표가 없다.

2.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일본인,역사 편)-이원복
 한국인으로가 아닌 세계인으로 객관적으로 서술할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고 일본이해가 큰 도움이 되었다. 더불어 같이 산 중국편도 기대가 된다. 

3. 악의 교전-기시 유스케
 우리나라에서는 싸이코패스를 소재로한 검은집이 영화화되어 유명해진 기시 유스케의 최신작이다. 군대에서 검은집을 먼저 읽고 반하여 복무기간 동안 푸른불꽃(범죄), 유리망치(밀실추리), 천사의 속삭임(범죄)를 읽었었다.
 단연 식작인 악의 교전은 싸이코패스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한, 여태껏 작가가 보여준 추리기법과 섬세한 범죄심리 등이 망라되어 있는 종합편이라 생각된다. 2권 초반부까지 여기저기 깔아놓은 지뢰들이 2권 중반부에 들어가면서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거대한 소용돌이로 독자를 몰아간다. 마무리 부분이 약간 아쉬웠지만 읽어갈수록 히스미와 동일화되어 나 역시 싸이코패스이지 않을까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4. 벽오금학도-이외수
 08년 이후 이외수 책은 오랜만이고 소설은 실질적으로 처음이었다. 출간 당시 화제였던 책인데 작가 스스로 방에 쇠창살을 설치해 감옥을 만들어 탈고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영향이 있어서 인지 종교적 색채가 가미되어 '도'에 대해 많은 것들이 다루어져있다. 그렇다고 해서 도를 닦자라는 단순한 명제가 아닌 여러 인물들로 스토리가 진행이 되면서 서구화되어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현시대를 비판하며 우리가 추구해야할 지혜와 지켜나가야할 전통에 대해 다룬다. 흥미진지한 스토리는 비현실적으로 끝맺음을 지으나, 이야기에 진행에 심도가 있고 독자로 하여금 전해지는 메시지가 풍유적이다. 읽으면서도 이외수 자체가 도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절로 품게된다. 

5. 회전목마의 데드히트-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라기 보다는 주위에서 들었던-이야기라고 작가는 말한다- 실제 얘기를 무라카미 특유의 색채로 입혀 내놓은 책이다. 머리말에 불과한 '회전목마의 데드히트'를 왜 굳이 제목으로 정했는지는 미스테리하지만 각기 다른 이야기들은 흥미롭다. 

6. 잡문집-무라카미 하루키
 말 그대로 잡문집이자 하루키의 최신작이다. 20년 넘게 작가로 살아오면서 느낀 점과 잡지에 기재했던 글, 미발표된 글 등을 모은 에세이 집이라 보면 된다. 초반부는 여러 문학상을 받으며 발표한 감사말, 인사말 등이 기재되어 있고 뒤에는 음악 분야 중 특히 재즈와 관련된 수필이 이어진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하루키 개인의 작가가 된 계기와 인생철학, 인물에 대한 평가 등이 나열된다. 예전에 하루키에 그리스 외딴 섬에 아내와 살았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된 '먼 북소리'라는 여행 에세이집-하루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준 수필집인데 매우 흥미롭게 본 기억이 난다-을 먼저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잠시나마 그리스 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무라카미 특유의 말투로 이어지는 어떠한 스토리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개인적으로는 카프카상을 받을 때 메일로 한 직설적인-작가의 세계관에 대한-인터뷰와 책 맨 뒤에, 그와 친분이 있는 일러스트 두명이 한 만담(하루키에 관한 것과 아닌 것들)이 가장 재밌었다. 

7.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이외수
 하악하악 이후 두번째로 읽는 이외수의 시와 에세이집이다. 값진 글들이 박경진씨의 그림과 함께 담겨있다. 아는 글도 많고 여백의 미를 살린 것인지 책의 두께에 비해 글이 너무 적었다. 400페이지나 되지만 200페이지로 충분히 줄일 수 있었던 책이라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