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chive/Book

2011년 전반기에 읽은 책들

1.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돈은 자연히 따라온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솔직히 말해볼까? 그건 뻥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다 돈을 버는 게 아닌 것처럼 내키지 않는 일을 한다고 꼭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일과 돈 버는 일과의 상관관계에는 크게 네 가지 조합이 나온다. 1)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 2)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돈은 못 버는 것. 3) 하기 싫은 일을 하지만 돈을 버는 것. 4)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돈도 못 버는 것.

 1번은 가장 바람직한 경우니까 논외로 하고, 4번은 가장 바보 같은 경우니까 빼놓는다고 치면 보통 우리가 겪는 갈등은 2번과 3번 사이일 것이다. 이 질문을 한 친구도 그렇고.

 당신은 몇 번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2번이다. 그게 꽃놀이패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2번을 택하면 적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건 확실하고 잘하면 1번으로 올라갈 수도 있으니까.

-본문 150쪽-

 

 네티즌이 만나보고 싶은 인물 1위에도 뽑힌 적이 있는 한비야씨를 알게 된 것은 우연히 고등학생때 친구 책을 빌려본 중국견문록을 읽게되면서였다. 그 이후 한비야씨의 여러 여행관련 서적을 읽게 되었고 팬이 되었다.

 이 책은 한비야씨의 약간의 사생활과 신념,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들과 종교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자서전이라기엔 모자라지만 한비야씨에 대해 좀 더 알아갈 수 있는 내용이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종교적인 부분에 대한 내용이었다. 솔직히 이런 책에서 종교나 정치에 관련된 글은 굉장히 민감한 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에 대해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유유히 풀어쓴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꼈다.

 책을 쓰기 위해 밤새고 머리를 쥐어짜는 고생을 한다는 저자의 책은 독자로 하여금 굉장히 빨리 읽히고 쉽게 써내려갔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좋은 책이라는 증거이다.


2.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 버트런드 러셀

책의 내용을 읽는 것과 글자를 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내용을 읽는 것을 의식하되 내가 글자를 보고 있구나를 수없이 깨닫게 해준 책이다. 한마디로 읽다보면 내가 누군가 여긴 어딘가를 꾸준히 느끼게 해줬다. 어려운 내용이나 만큼 흥미로운 주제이기에 끝까지 참고 글자만 보았다.



3. 논증의 기술 - 앤서니 웨스턴

 얇은 책 두께만큼이나 논쟁이 아닌 논증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는 책이다. 내용만큼은 알차고 요약되어 있어 읽기에 부담이 없이 편하다. (물론, 내용은 그냥 읽기에 편하지만은 않다.)



4. 보이지 않는 - 폴 오스터

 폴 오스터의 책을 읽는 것은 언제나 설레이고 기대된다. 역시 이번 작품도 굉장한 흡입력으로 읽히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진실과 허구, 현실과 상상 그 사이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들락날락 거리며 거닐는 기분.

 마지막 번역자  이종인님의 작품해설은 "보이지 않는" 복선과 내용을 우매한 나로하여금 '보이게끔' 도와준다.

 벌써부터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5. 고백 - 미나토 가나에

 한 학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등장인물들의 독백이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1장을 다 보는 순간 직감했다. '이 책은 끝까지 볼 수 밖에 없다' 3시간 반동안 한번도 쉬지 않고 -화장실조차 가지않고- 책장 끝까지 한숨에 읽어버렸다.

 복선의 설치와 각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성격묘사와 여러 시선으로 처리된 다양한 시각들은 읽는 재미를 더욱 증가시켰고, 서서히 밣혀져가는 사건의 진상들은 놀라움을 더해주었다.

 믿기질 않는건 이 책이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 것이다. 영화로 제작되었다는데 당장 봐야겠다. 책을 읽고 영화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해졌다.


6. 환상의 여인 - 월리엄 아이리시

"그런데 내가 넥타이를 매면서 거울로 그녀를 바라보던 시점부터 서로의 이야기가 정반대로 달라진다네. 그것도 6시의 시계바늘처럼 정반대일세. 6시에는 큰 바늘과 작은 바늘이 정반대로 나뉘잖아. 마치 6시 시계바늘처럼 내 말과 경찰 측의 말이 정반대란 말이야."  -본문 118p-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Y의 비극」과 함께 '세계 3대 추리 소설'로 꼽리는 작품이다.

 너무 큰 기대를 해서일까? 결말로 치닫을 수록 빠져드는 흡입력과 급박한 추리씬과 예상치 못한 결말은 좋았다. 허나 추리작품의 복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겠지만 그 속에 있는 우연이 많다보니 인위적인 작가의 의도가 느껴져서 독서를 방해감을 주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개인적으로 결말에서 망치를 얻어맞은 느낌으로 재밌게 봤는데 이제 3대 추리소설 중 Y의 비극을 볼 차례만 남았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곳에 누워서 추리소설을 읽는 것만큼 재미난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