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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Jeju

제주도 캠핑여행 3일차-아침부터 멘붕과 함께 미로속으로

3일차 일정 : 감녕미로공원→다올식당(점심)→만장굴→북촌 돌하르방 공원→삼양 검은모래해변→컬리넌 호텔


 밤새 비가 와서 가족여행이 계획되었던 1박2일이 우중여행이 될까봐 노심초사 했지만 해가 뜨니 날씨가 무척 맑고 더울정도다. 아침일찍 일어나 텐트와 침낭을 1시간정도 말린다.





 침낭을 말리며 책을 읽고 있었다. '죄와 벌'인데 정신과 시간의 방인 군대에서 끝내 완독 못한 책이 2권 있었다. 데미안과 죄와 벌이다. 데미안은 삼 세번의 도전 끝에 읽어내고 죄와벌은 이번이 3번째 도전이다. 분위기 자체가 어둡고 주인공이 느끼는 죄책감과 두려움이 책을 쉽사기 들기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전화가 한통왔다. 동생이다. 공항에서 출발전이라 출발전화인 줄만 알았다. 기쁘게 받은 것도 잠시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한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바꿔있다!"

 이럴수가? 급히 메일함을 확인해본다. 진짜다! 3주전에 예약해놓고 재확인을 안해본 내 탓이다. 가족들은 인쇄해놓은 예약건을 저녁에 10분간 봤는데 시간만 확인했지 공항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는데 뭔가 이상했다는 것이다. 급하게 진에어, 에어부산, 제주에어, 대한항공, 아시아나 모든 항공사를 알아보지만 토요일 당일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는 오후5시에 있고 부산가는 비행기는 일요일 아침8시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후6시에 제주도에 와서 잠만 자고 부산을 가게 생겼다. 항공권을 일단 취소시키고 혹시 제주-대구 항공권이 있는지 알아보지만 이 역시 없다. 이렇게 멍청할수가? 나를 원망했다. 가족들한테 전화하니 여행은 다음에 가을에 가자고 한다. 내가 부담이 될까봐 웃어준다. 



 아침에 이렇게 멘붕을 겪으니 내 자신이 초라하고 한심하다. 멍하니 앉아있다가 가족들과 가기로 한 일정을 어쩔 수 없이 혼자 떠나본다. 이런 날 비라도 오면 핑계삼아서 앉아서 쉴텐데...날씨는 무척 덥다. 입맛도 없고 감녕미로공원으로 출발했다.


 감녕미로공원에서 입장료를 내고 직원이 물어본다. "걸어오셨나요? 배냥은 저희한테 맡길 수 있습니다." 무척 친절하다. 걸어오는 배냥객은 500원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어느 곳에 가든지 배냥은 맡길 수 있게 준비되었다. 





  처음에 고양이공원에 온 줄 착각할 정도로 다양한 고양이들이 이곳저곳에 자고 있다. 낮잠시간인가 보다. 따스한 햇살을 쬐며 잔다. 사람을 경계하는 듯 하지만 무심하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별거 아닌거 같은게 미로같다. 막상 들어가도 쉬울거 같았다. 점심은 미로공원을 나와서 먹기로 한다. 직원말로는 20분이면 보통 탈출한다고 지도가 그려진 책자를 준다. 이정도 쯤이야 하면서 책자는 보지않고 도전한다.




 저 종을 울리면 탈출성공이다. 미로속에서 종소리가 계속 들리고 혼을 쏙 빼놓는다. 엄청난 심리전이다.




 중간에 도착한 줄 알고 올라가니 그냥 사다리였다. 여기서부터 시작된거 같다. 지옥이...




 결과부터 말하면 나는 하위 10%정도 되는거 같다.




 나와 3번 마주친 팀이 2팀 있었다. 이 좁은 미로속에서 중국인팀 세 번 만나니 친구같았다. 서로 웃으며 지나갔다. 말은 안통하지만 제주도에서 외국인친구를 사귈 수 있겠구나 싶었다.




 30분이 지났을 때 느꼈다. '여긴 장난 아니다.' 40분이 지나가 배가 몹시 고프고 짜증나는데 종소리는 계속 들려와서 더 열받았다. 안가본 길이 없는거 같았고 매번 같은 곳을 헤매이고 있었다. 50분이 지나갈려고 했을까 웬만한 곳은 다 가봐서 길 외우기 전, 아사직전에 새로운 길이 있었고 탈출했다. 꼬르륵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허겁지겁 미로공원 오는 길에 지나쳤던 식당으로 달렸다.





 이쁘게 꾸며진 식당이다. 갈치조림이나 고등어 구이를 시킬려고 했는데 가격을 보니 혼자먹을 양이 아닌거 같아 돈까스를 시켰다. 처음 맛보는 간장소스 같았는데 듬뿍 넣어주셔서 그런지 너무 짰다. 미로공원에서 헤매고 배가 너무 고파서 흡입했다. 식당은 할머니 두 분이서 조리와 서빙을 하시는데 엄청 바빠보였다. 식당 안밖은 정말 아기자기하고 이쁜데 돈까스는 별로였다.


 그리고 바로 부근에 만장굴로 갔다. 용암이 만든 자연굴이었는데 그 방대함이 놀라웠다. 끝까지 왕복 1시간정도 걸렸다. 가는 길에 곧 돌아오는 길이다. 천장에서는 물이 계속 떨어짐으로 물웅덩이가 많고 미끄럽다. 구두나 탐스슈즈는 절대로 피해야한다. 전체적으로 컴컴해서 물건을 잃어버리면 포기하는 편이 빠를거 같다.





 천장을 무슨 플라스틱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줄 알랐다. 용암의 흔적이다. 내가 방문하는 동안 박쥐는 한마리도 없었다.





 제주도 축소판인 줄 알랐던 거북돌.




 만장굴 끝에 있는 돌기둥이다. 웅장함에 놀라고 유턴.


 호텔로 가서 쉬다가 밤에 나오자는 마음에 가는 길에 표지판만 보고 돌하르방 공원에 들렀다. 리모델링으로 올해까지 무료입장이었다.




 무서워보이는 원숭이, 팬더 등 여러동물이 날 반겼다. 공포테마인가 싶었다. 칼든 돌하르방도 있겠구나 싶었다.






 아기를 점지해주는 돌하르방이다. 코를 갈아마시면 아기가 생긴다고 해서 얘는 코가 없다.




 돌하르방의 역할은 수호신, 종교적, 랜드마크 3종류인데 얘는 수호신역할이다.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도 준비되어 있다. 디즈니, 마블, 둘리 등 여러가지 조형물이 다 섞여있다.












 그리고 호텔로 가야지하고 가는 길에 검은모래해변이 보여서 들렀다.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하얀모래에서 지냈는데 검은모래는 어떻게 생겼나 싶어서 궁금증이 날 이끌었다. 해변가 바로 앞 편의점에서 오늘 마실 맥주나 사자 싶어서 기네스 4캔을 샀는데 편의점 사장님이 6캔사면 기네스 전용잔 2개 준다고 해서 500ml 6개(15,000원)을 충동구매했다.



 자체발광이다. 이것을 구매할려고 난 이 곳에 방문하였나?




 모래가 검긴한데 별 감흥이 없어서 호텔로 향했다. 제주도여행을 하며 느낀 것은 굳이 계획을 짜지 않아도 도로 중간중간 관광지가 표시되어 있어 발길 닿는대로 방문하면서 여행이 충분히 가능했다. 그래서 계획대로 되지 않지만 그게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싶다.




 컬리넌호텔은 조금 깔끔한 모텔같은 느낌이다. 가격은 호텔인데 모텔과 호텔 중간 수준이다. 월풀에서 기네스를 마시고 피로를 풀고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