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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Book

2010년도에 읽은 책들

※2010년에 싸이월드에 기재되었던 내용을 퍼왔습니다. 만약 지금이라면 안 읽어봤을 책도 많고 다시 읽어본다면 다르게 썼을껄 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1. 대한민국사 세트(전4권) - 한홍구

 고등학교 시절에도 근현대사는 좋아했지만 국사는 단순암기과목이라 생각해 수능과목에서 뺐었다. 그러던 중 군대를 갔다오고 MB정부 출범 후 정치에 대한 나의 무관심은 사회에 해가 될 뿐이지 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제와서 신문을 봐도 뉴스를 봐도 보수가 무엇인지 진보가 무엇인지 알리가 없었다. 이를테면 역사에 대한 기초가 없는데 어떻게 현사회에 대한 인식이 있을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선택한 책이 대한민국사이다.(4권짜리라 모두 읽는데 1달은 넘게 족히 걸린 듯 하다.) 물론 출판사가 한겨례 인만큼 진보적인 시각에서 쓰여졌으며 중도보다는 진보쪽에 가깝다고 봐야할 것이다. 내용은 훌륭했다. 다소 지루한 면도 있었지만 박정희에 대해서, 수구에 대해서 이만큼 잘쓰여진 책이 있을까 의문스럽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나는 과거와 함께 살아가고 있고 우리나라의 어두운 과거문제는 거의 대부분이 해결되지 않은채 후손들이 짊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노케했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휴전'인 정치적 상황에서 일제의 잔 것들은 반공을 앞으로 내세워 살아남았고 그들의 그림자는 아직도 대한민국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런 나마저 촛불시위와 고 노무현 전대통령을 통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특히 젊은 10,20대층-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소신을 가지게 되었을까는 물어보지 않아도 명백하다.

 그리고 요즘 느끼는 분명함은 한나라집권 MB정부는 대한민국을 5년 또는 그 이상을 후퇴시키고 있으며 언론장악과 4대강건설은 국민들로 하여금 불신을 높이지 절대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2.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이상한 일이었다. 특별한 대화도 없이 그저 웃기만 했는데 가게를 나올 무렵 우리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가게를 나와서 안 일이지만, 우리가 걸어온 방향의 반대편 - 죽 입간판의 또 다른 면엔 역시나 아크릴로 크게 <호프>가 적혀 있었고, 그 아래 적힌 작은 영문의 <HOPE>를 우리는 볼 수 있었다. 난데없는 희망이 그토록 우리의 가까이에 있던 시절이었다. -29쪽 중-

 

찢어지게 가난한 인간의 방에 엠파이어스테이트나 록펠러의 사진이 붙어 있다면 다들 피식하기 마련이야. 하지만 비키니니 금발이니 미녀의 사진이 붙어 있다면 다들 그러려니 하지 않겠어? 즉 외모는 돈보다 더 절대적이야. 인간에게, 도 인간이 만든 이 보잘것없는 세계에서 말이야. 아름다움과 추함의 차이는 그만큼 커, 왠지 알아? 아름다움이 그 만큼 대단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그만큼 보잘것없기 때문이야. 보잘것없는 인간이므로 보이는 것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야. 보잘것없는 인간일수록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세상을 사는 거라구. -219쪽 중-

 

고대의 노예들에겐 노동이 전부였다.
하지만 현대의 노예들은 쇼핑까지 해야 한다.
-310쪽 중-

 

 박민규 작가의 외모지상주의에 날리는 한방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보다는 자본주의에 가깝고 자본주의보다는 외모지상주의에 가깝게 살아간다. 선거날 투표보다는 돈을 모으는데 힘쓰고 그 돈으로 쇼핑하거나 성형수술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여자가 등장하지 않는 로맨스만큼이나 특이한 문장 중간의 호흡. 그리고 이대로 켄터키집을 나서기는 못내 아쉬웠는지 덧붙여진 writer`s cut.
 우리는 누구나 누구를 부러워하고 동시에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시대에 살고있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 큰 공감이 갔다.



3.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도스또예프스키

 예전에 군대에 있을때, 도스또예프스키의 명작 '죄와 벌'을 읽기위해 도전한 적이 있었다. 책을 얼마 읽지않은 상태였고 문학적인 이해력 또한 모자란터라 몇페이지 읽지 못하고 포기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또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다. 물론 방대한 량은 책3~4권 분량을 2권으로 열린책들에서 내놓은 터라 두께가 베개로 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게다가 초반부 교회내 대사들은 지루하고 난해했다.)

 하루에 200~300쪽씩 약 1달간 본거 같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단편소설집으로 써도 될 만큼 양이 많고 주제가 다양해서 초중반부부터는 무게가 실려 뒤로 갈수록 내용이 점차 궁금해졌을 정도였다. 이 많은 주제와 양을 어떻게 썼을까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여러 등장인물이 각기 나와 말하는데 읽으면서 사실 사람은 이 모든 것이 한명안에 다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탐욕과 자비, 광기와 분노, 시기심, 질투, 사랑 등등...그것이 까라마조프家의 삼형제와 기타 등장인물로 하여금 표현으로 떠오르고 독자는 글을 읽으며 자신으로 부터 공감을 읽는 것인데 이것이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문학의 참된 재미가 아닐지...



4. 카네기 인간관계론 - Dale Carnegie

현대에 많은 사람들이 사람간의 의사소통과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보다 진전된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그 만큼의 노력은 하지 않는다. 이 책은 분명 20세기 초반에 쓰임에도 불구하고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사랑을 받는 고전이다. 우리가 평상시 내뱉는 한마디의 단어 한자만 바꿔도 보다 나은 인간관계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이론만 제시하는 책과 달리 실례를 통하여 독자로 하여금 이해력을 높이고 실생활에서 적응하기 쉽도록 쓰여져 있다. 또한 독서 중 현재 나는 나쁜 예에 속하는 사람이 아닌가 하고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고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라고 결심도 동시에 하게된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로 분명 옳은 내용을 읽었지만 실천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매우 어렵고 나 또한 평생에 걸쳐 몸에 베인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지기 어려웠다. 매일 가치관의 변화 연습을 통해 책에서 배운 내용을 실천 해봐야겠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당신에게 추천을, 필수도서로 벌써 읽었지만 실천 못하는 당신에게 재습을 요한다.



5. 1Q84 3 - 무라카미 하루키

설령 눈을 뜬다 해도, 거기서 보이는 건 분명 구멍 속에서 세계를 올려다보는 듯한 광경일 게 틀림없다. -281p-

 

1,2권을 쓰고 난 뒤 쓰여졌다는 3권은 730쪽의 많은 분량과 달력을 증정하는데 내년 이맘때 쯤 4권이 나온다는 후문도 있다.

 여튼, 로맨스라고 하기에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하고 얼핏 미스터리물 같기도 한 이 소설은 고립된 상황에서 강렬히 남자를 만나기 바라는 여자와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를 잃고 고독된 삶을 살아가는 남자. 그리고 여자를 쫓기위해 남자의 아파트에 스스로 고립되어 아무도 없이 고독하게 접근하는 사설탐정을 번갈아 가며 서술되고 있다. 모두가 고립, 고독과 관련이 있지만 그들이 보는 밤하늘에는 2개의 달이 떠있다. 그 달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고, 아니면 일상이거나 또 다른이에게는 의문스러운 이상함일 뿐이다.

 각기 다른 세명의 주인공이 써내려가는 책. 1Q84 혹은 1984.



6. 오두막 편지 - 법정

 우리는 말하기 전에 주의깊게 생각하는 습관부터 길러야하낟. 말하는 것보다는 귀 기울여 듣는 데 익숙해야 한다. 말의 충동에 놀아나지 않고 안으로 곰곰이 돌이켜 생각하면, 그 안에 지혜와 평안이 있음을 그때마다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117p-

 

 종교의 가르침은 온갖 모순과 갈등으로 고뇌하는 사람들에게 그 고뇌의 강을 건너게 하는 방편이요, 수단이다. 강을 건너 걱정과 근심이 사라졌다면 그 '뗏목'은 버려야 한다. 종교적인 가르침이란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그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말해진 것이다. 그러므로 그 상황이나 사정이 바뀌면 그 가르침은 쓸모가 없다.

-251p-

 

 이제는 고인이 된 법정스님의 책이다. 자신의 종교가 기독교든 불교든 상관없이 이 책은 빠른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읽는 이에게 여유를 주고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천천히 정독하고 언젠가 삶이 지칠때 다시 꺼내어 읽어도 좋을 듯 하다.



7.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읽으면서 되새겨야할 교훈적인 내용이 많았고 스무살이 아니더라도 전 연령에서 읽어도 좋을 법한 책이다. 저자의 경험과 실례를 바탕으로 서술되어 있어 읽기도 쉽고 생각의 전환에 힘이 된다.



8. 정재승+진중권 크로스

 이 책을 고른 상당한 큰 이유는 진중권씨가 공동저자란 것에 있지만, "무한 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계"라는 부제아래 모두가 잘 알고 있거나 혹은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주제에 대해 과학자와 미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적은 책이라 손이 갔다.

 과연 과학자와 미학자가 만나 같은 주제에 대해 무슨 얘기를 나눌까 싶지만 심오하면서도 술술 읽혀 상당히 흥미로웠다.

 편협된 시각(일반통행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것은 통합의 시대에서 필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