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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Book

2009년도에 읽은 책들

※2009년에 싸이월드에 기재되었던 내용을 퍼왔습니다. 만약 지금이라면 안읽어봤을 책도 많고 다시 읽어본다면 다르게 썼을껄 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1. THE ROAD - Cormac McCarthy

 내가 처음에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이 작가가 유명해서도 아닌, 그저 단순한 커버에 적힌 한 문구 때문이었다. 단순한 홍보라면 홍보지만, 지구가 생긴이래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성서>에 비견되는 소설이라는 문구. (물론 터무니없는 마케팅이다.)

 게다가 2007 퓰리처상 수상작 이라느니, 아마존,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라느니 이런 시덥지 않는 광고는 무시하더라도 기독교의 권위에 도전하는 듯한 이 문구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지구의 마지막 날같이 묘사되는 이 소설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한다. 부자는 단순히 살아간다기 보다 생존해간다. 굶기를 밥 먹듯이 하며, 추위에 매일 떨고, 하루하루 걱정하며, 내일은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을지도 확실치않다.

 아버지는 대단히 현실적이며, 다른 무엇보다 아들을 지키려 한다. 그에게는 항상 총이 같이 있으며, 부자의 생존에 온 힘을 기우린다. 아들은 아버지가 없이는 살 수 없으며,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하고, 총을 싫어하며, 폭력보다는 평화를 선호하는 인상을 준다. 부자의 대화에는 둘은 불을 옮기는 중이며, 이 불은 당연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준 '불'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결국 아버지는 죽고 말지만, 아들은 살게 되고, 아들은 다른 공동체에 합류한다. 코맥 매카시는 어떤 것을 알릴려고 했을까? 희망은 결국 폭력보다는 평화롭게 사는 것에 있으며, 아버지와 죽음 사이에 있는 아들에게 인류의 미래를 비춰주는 것 일까?

 시종일간 어두운 배경과 암울한 현실...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인 잿빛...세상이 망하는데 사용된 불(또는 폭발)로 인해 남은 잿더미속에서 다시 불을 옮기는 부자.

 처음에 다소 읽기 불편하며 지루하지만, 읽은 후 뭔가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동시에 제작 중인 영화가 기대된다. 허나, 오버된 마케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낫고, 커버만큼 대단한 소설이라고 까지 느껴지지 않는다. 오프라 윈프리, 스티븐 킹이 뭐라고 하던지간에, 이 책이 100만부건 200만부가 팔렸건, 주관적인 입장에서 타인에게 소개해주고 싶지는 않다.



2. 당신의 조각들 - 타블로

 내용을 떠나 책, 그자체에 가격만 놓고 본다면 불만스럽다.

 타블로라는 현직가수를 내세워 펴낸 책인 만큼 빤짝 베스트셀러에 들었고, 너나 할거 없이 작년 경제프로그램에서 3천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안단테'는 무슨 내용일까? 하는 모두의 호기심도 있었다.(학벌은 이미 그의 노래만큼이나 유명하다.) 게다가 책 속에 있는 뉴욕사진은 이야기 흐름을 끓기에 충분했다. 편 단위라면 모르겠지만 한 이야기속에 몇장씩 집어넣었다는 것은... 글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존재의 이유도 모르겠지만, 그런류의 사진은 미니홈피에 널렸고, 책 속 사진이 특별히 새롭다거나 소설적 배경인 뉴욕과 소설자체를 이해함에 있어서 도움이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역효과를 유발한다.) 그리고, 여백의 미를 강조한 것인지 종이의 60~70%만이 글로 써져있다.

 내용에 대해 평가하자면, 문체는 가볍지만, 읽고 난 뒤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다분히 녹아있다. (개인적으로는 '쥐'라는 단편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무언가에 대한 결핍에서 오는 해방구를 찾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에 대해 한번 돌아보게 만들었고, 이건 좀 더 써줘도 될거 같은데서 끝나고 마는 단편의 허무함도 맛 볼 수 있었다.

 의외로 한글로 된 책에 구어가 들어가니 어색했다. 예를 들어 씨발, 지랄 같은 단어는 흔히 우리가 쓰지만, 문자로 만나니 참으로 낯설다할까... (물론 shit,fuck을 해석하며 마땅한 단어를 찾아 썼겠지만)

 장편이 기대되지만, 책 디자인이나 가격면에서는 수정이 요한다.



3. 개밥바라기별 - 황석영

 20대 초반에 이 책을 읽은 것은 어쩌면 행운이다. 철학적인 사고를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한번 쯤 자기자신에게 던졌을 법한 질문의 답을 이 책에서는 해주고 있다. 그것도 아주 건강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 서태지가 생각났고 동시에 작가 황석영도 생각났다.

 '거장의 탁월한 성장소설' 이거 외에 무슨 수식어가 필요할까?

 분명 소설속 시대적 배경은 베트남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1970년대이다. 현재 2009년에 읽어도 특수한 시대적인 배경이 무색할 정도로 공감이 많이가고 30년 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똑같은 고민을 하고 여러갈레의 길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행동하지만 늘 준이와 같은 용기보다는 구세대가 만들어 놓은 과거의 규율에 맞춰 일단 진행을 하고 끝내는 완료형이 되어 살아간다. 책속 대사처럼 누구나 오늘을 살지만 자신있게 "씨발" 이라는 형용사를 붙이지 못하고 사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언제나 현재진행형인 삶이고 절대 과거 과거완료 현재완료형이 아니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훌륭한 책이 외국으로 나아가 더 많이 읽혀져서 한국문한의 위상을 알렸으면 하지만 소설속 시대적 배경을 이해함에 있어서 한국역사와 그 숨을 같이 하지 않으면 100% 이해할 수 없어서 무척이나 아쉽다. 번역자가 한국인이라도 이것을 옮김에 너무 많은 호흡이 변역의 재물로 희생되어 버릴 것만 같다.

 그리고 황석영 작가가 쓴 소설을 바로 볼 수 있고 같이 숨쉬며 사는 이 시대에 감사하고 책을 쓴 작가에게 고맙다.



4.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걸작선 -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의 단편 걸작선에 들어간 단편들은 하나같이 공통분모가 있다. 그것은 어떤 사건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일종의 반응들인데...이를테면,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사건의 발단과 경과에 대해 전부 모른다는 것이다. 왜 그것이 그렇게 되었는지와 어쩌다가 그런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설사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에 대해서는 대단히 순응적이며 곧게 받아들인다. 여태껏 살아왔던 삶의 방식과 사고습관 또는 주위환경이 한순간에 바뀌어도 주인공 혹은 상대방은 이것이 수상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저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사는 우리와 다른 작가의 소설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점이고 또한 그것이 아마 무라카미 소설의 매력중 한부분이라 사료된다. 어떤 이는 이런 공간사이에서 상실감을 느끼고 주인공이 느낀 감정의 나열에 공감을 느끼기도 하며 저명한 학자 분들의 해석에는 각종 어려운 말을 섞어가며 자아를 찾았느니 어쩌고 저쩌고 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것은 뭔지 모르게-말로 표현할 수 없는-흡입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야기의 결말에 대한 호기심이기도 하고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게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했나는 감탄 그리고 기타등등.(그런 연유로 해서 나는 무라카미 책을 찾아 읽는 듯 하다.)

 약간 불만이 있다면 책 끄트머리에 종종 덧붙여지는 -무라카미 소설은 해설집까지 출판했다.- 해설이다. 이것은 사건에 대한 주인공의 입장처럼 모르는 것 일색인 소설이 난해하다는 소리인 동시에 여러해석이 가능하다는 뜻이고 자신이 살아있는 현대소설가에 대해 전문가라 칭한 한명의 독자가 풀어 쓴 감상문 에 속할 뿐이다. 게다가 정말 토할 정도로 매스끄러운 점은 이런 해설들은 하나같이 언뜻 보고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 뿐이고 저명한 분이 쓰셔서 오죽하랴만은 훌륭한 요리와 어울리지 않은 끝 맛을 망치는 쓴 디저트와 같아서 무척이나 아쉽다는 것이다. 여담이긴 하나 비단 무라카미 뿐만 아니라 이런 것들은 없어져야한다고 본다. 해설같은 것 대신 번역자가 소설을 번역함에 있어서 힘들었던 점이나 원작의 느낌을 우리나라말로 전달함에 있어서 이런 부분은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는 정도로 충분하다. (정말 따분한 독후감은 자기 일기장에 써놔도 충분지 않을까? 아니면 자신이 기재하는 잡지나 신문에만 써도 될거같다 굳이 소설책에까지 남길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시 책으로 넘어가서 20여편의 단편 중 '패밀리 어페어'는 단연 읽을만 하나 나머지는 여태껏 보아온 장편의 작은 부분에 속하지 않아 걸작선이란 커다란 타이틀은 약간 과분하지 않나고 생각된다. 마지막 여담으로 문학사상사는 해석은 좋으나 문학커버에 제발 돈을 좀 투자했으면 한다. 책을 읽는 것과 소유하는 것은 크나큰 차이가 있는데 문학사상사의 겉표지를 보면 정말이지 소유할 마음이 없어진다. 마케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회사의 이익창출에 큰힘이 되리라 본다. 대표적인 실례로 열린책들 출판사를 벤치마킹했으면... 뭐, 어디까지나 잡소리인 그냥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지만.



5. 렉싱턴의 유령 -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집이다. 어쩌다 보니 단편집을 연속적으로 읽게 되었지만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역시 심리묘사에 있어서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내다보고 글로써 표현해낸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 있을 법한 일들을 다른 소재로 작가의 상상력에만 의존하여 이렇게까지 쓴다는 점만은 분명 눈여겨 볼만하다. 하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단지 그러할 뿐.



6. 먹는 장사로 성공하는 열두가지 전략 - 강석우

'실패의 확률'과 만났을 때, 사람들은 흔히 "망했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그 표현은 옳지 않다. '망'이란 말은 그 존재의 완전소멸을 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산의 손실이 곧 그 사람의 소멸이라는 연결은 옳지 않다는 말이다. 결국 망했다는 말은 그 사람이 죽었을 때 '딱 한번' 사망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 것인데도 우리는 그 말을 자주 사용한다.

-책 내용中-

 

 나는 정말 이 책이 10년전 쓰여졌는지가 의문스러웠다. 책 내용으로만 본다면 먹는 장사를 떠나 개인사업에 있어서도 바이블과 같다. 게다가 연도를 밣히지 않았다면 지금 보아도 바로 적용이 되는-시대를 막론한 사업에 대한 진리- 내용뿐이다. 먹는 장사에 대한 내용은 당연하고 미래에 대한 강석우씨만의 선견지명과 자신의 인생철학까지 모두 담겨져 있다. 특히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자신의 성공까지의 글들은 한편의 인간극장을 본 듯한 느낌이고 그가 밣히는 노하우들은 정말 돈으로 살 수가 없는, 지킬 수만 있다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것들로 꽉 차있다. 그리고 틈새로 새는 위트는 책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것들을 웃으면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우리는 다이어트 방법을 알고 있지만 살 빼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분명 몇가지 안되는 수칙인데 그것을 지킬 수가 없어서 변명과 핑계로 자신의 살과의 전쟁을 피하는 것이다. 이 책도 역시 같은 맥락이라 본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먹는 장사로 성공하기.



7.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 박경철

 최근 재테크 열풍과 함께 이분보다 유명한 사람이 또 있을까? 경제를 전문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증권사 직원에게 강의 하는 외과의사.

 정말이지 내용으로는 전문경제학박사 수준의 글이다. 세상사람 모두가 재테크라는 불덩이에 뛰어들고 주식은 반토막 났으며 펀드는 말아먹은 시점에 모두의 목표가 '원금만 건지자'로 바뀐 이 시점 다시 한번 언급되어야 마땅한 도서다. 책 내용을 간추려 보자면 방식은 여러가지다. 주식, 펀드, 부동산, 채권, 예금 무엇을 하던 어디에 무슨 투자를 하던지간에 섣불리 하지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공기와 함께하는 인플레로 인해 집에 돈을 쌓아두면 그 가치가 하락하고 있으며 예금은 더이상 인플레에 비해 높은 이익을 주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재테크 방법이 예금의 이율보다 앞서나는 것이다.(여기서 예금은 리스크가 가장 적고 안정적이고 쉬우므로) 앞서지 못한다면 손해보는 재테크에 매달리고 있고 (예금에 대한 기회비용 더하기 인플레) 거기에 투자하는 시간과 돈은 이뤄말 할 수 없는 것이 된다. 누구나 주식을 하는 시대에서 오히려 더 알아보고 조심하고 부자를 위한 게임에 참가하기 전에 경각심을 준다. 덧붙여 이것이 과연 독학하여 쌓을 수 있는 경제학의 지식인가가 의심스러울 정도.



8. 사랑하기 때문에 - 기욤 뮈소

미래는 과거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앙드레 말로

 

 '구해줘'에서 강한 인상을 준 기욤 뮈소의 두번째 책이다. 그의 책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간결한 문장으로 헐리우드 영화 뺨치는 긴장감, 미래예측 불가능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내용을 지루하지 않게끔 빠르고 리드미컬한 전개로 독자를 매료시킨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과거에 묶인 슬픔과 분노 그리고 두려움들을 어떻게 치료해가는지 잘 보여주는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깊숙히 빠져들게 만든다. 한번 잡으면 잠을 자지 않더라도 놓기 싫은 책이 있고 조금씩 끓어서 보지 않으면 계속 읽기 힘든 책이 있다. 내가 비록 기욤 뮈소의 책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두 분류 중 그의 책은 전자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책 내용을 시나리오로 변형시켜 영화로 제작한다고 해도 결코 뒤지지않는 작품이 될 것 같다.



9. 새 - 대프니 듀 모리에

 히치콕 감독이 가장 사랑한 작가 듀 모리에.

 커버에 쓰여진 이 한줄이 이 책을 집게 만들었다.

 그녀의 작품을 놓고 현대 고딕소설이라느니 초자연적 현상을 담았다느니는 단지, 단순한 분류에 속할뿐이다. 장르라는 것은 책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본다. 이번 여러 단편을 통해 그녀의 소설이 무척 마음에 든다는 사실만이 있을 뿐이다.

 서스펜스 영화같이 현재 페이지가 으시시하시만 다음 페이지가 기대되는, 이를테면 공포감과 기대감이 동존하는 것이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히치콕 감독이 영화화한 '새'도 괜찮았지만 결말부분에 있어서 좀 더 진행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고 '사과나무'는 읽는 내내 짜증이 났지만 독자가 다음 내용을 상상 하고 그 괘도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라는 점에서 식상할 수 있었다. 정작 내가 마음에 든 것은 '노인'과 '몬테 베리타' 이었다. 암울하고 어두운 것에 대한 주인공의 심리묘사만이 그녀의 특기인 줄 알랐지만(새, 사과나무, 헬로 스트레인저) 책이 점점 뒤로 넘어가면서 부터는 동시에 초자연적이고(노인) 신성스러운 것(몬테 베리타)까지 섬세하고 자세히 잘 담았다.

 책 겉표지 디자인부터가 이미 그녀의 단편과 어울리게 만들었지만 책 내용안에 들어간 삽화는 단편과 단편 사이에만 넣어도 충분 했을 법하다. 오히려 읽기에 방해만 되는 것들도 있어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10. 악의 - 히가시노 게이고

 이미 '편지'와 '용의자 X의 헌신' 등으로 많은 국내팬을 거느린-사실 내가 편지를 읽고 팬이 되었지만-현대 일본문학의 떠오르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이다. 그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추천이라는 팬들이 있을 정도로 그의 책은 항상 흥미진진하고 동시에 독자에게 감동과 반전 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선물한다.

 이번 작품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추리소설 같은 내용이지만 그 속에서 독백이라는 형식으로 트릭을 풀어헤쳐나간다. 글이라는 것이 단지 어떻게 쓰여지냐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에게 선입견을 이론적으로 하는 생각보다 단단히 심어준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랐다.(솔직하게 말해 초반부 나오는 고양이 이야기를 읽는 순간 독자의 패는 지는 패고, 작가는 이기는 패를 가지고 시작하므로 게임은 오버라 본다.) 아울러 요즘 인터넷에 네티즌들이 그냥 쓰는 루머 역시 실제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고 보다 단단한 편견을 주는지 새삼스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까.

 그리고 이런 스토리와 트릭을 꾸며내고 파헤치는 작가의 총명함이 두려울 정도다. 보면서도 계속 놀랐다. 범인이 누군지 읽으면서 동시에 추리해가지만 새로운 이면에 이럴수가,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하고 계속 놀라게 만든다.



11. 골든 슬럼버 - 이사카 코타로

 일본문학 중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한 작품이 나를 실망시키는 경우는 없었다. 이 상은 대중성과 문학성을 고로 겸비한 작품에게 주는 상이며 내가 보기에는 문학성 보다 대중성에 아주 약간 더 무게를 두기 때문에 오락성도 충분히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택하게 되었다.(골든 슬럼버는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내가 읽었던 이전작 '사신 치바'와 '중력 삐에로'와는 판이하게 다른 작품이었다. 마치 한편의 헐리우드 영화를 본 느낌이랄까?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택배기사에게 어느날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조금씩 우연들이 겹쳐 거대한 음모론에 자기도 모르게 휘말렸다면? 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정말 대단하는 말 밖에 안나온다. 초반부 깔린 복선들은 슬금슬금 일어나서 중,후반부에서 지뢰처럼 톡톡 튀어나와서 폭발하고 그 폭발력이 모여 소설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정치와 매스컴의 관계 혹은 음모론에 대하여 이렇게 긴박하고 흥분되게끔 쓸 수 있을까?(순간 이글아이가 떠올랐지만 중,후반부 스토리가 영 아니었다.) 그의 자료수집도 대단하지만 등장인물 하나 소품하나 까지 신경써가며 후반부 복선으로 깔다니...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당연히 내용의 연결성 또한 훌륭한 편이고 뭔지 모를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을 뒤로하고 도망치는 주인공과 그를 쫓는 경찰간의 추격씬들은 영화 추격자를 후려칠 정도다. 보다 훌륭한 것은 등장인물에 대한 성격,행동묘사로 외모를 상상하게끔 만드는 작가만의 기술.

 점점 살기 어려운 작금의 현실에 비추자면 여당이 통과시키려는 법안-방송관련 현재 종사자보다 많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말도 안되는 계획안(밥집가계, 버스,택시기사 다 합쳐서 2만자리라니 어이가 없었음)과 재벌을 매스컴과 연결해 언론장악의 길을 터주는-과도 연결해서 읽을 수 있을 것이고, 소설로 돌아가 숨막히는 추격 속에 다소 실망스러운 주인공의 선택에 맥이 빠질 수 있다.

 이 책은 한권분량으로 꽤 두껍다고 느끼지만 읽는 순간 빠지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막 시작할 거같은 순간에 오히려 끝나는 것이 안타깝다. 엔딩은 누가봐도 무난하게  끝나지만 2권으로 분리되어 대항하는 장면까지 갔다면-정말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약간 질질 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지금 당장 바로 2권도 봤을거 같다.



12. 현영의 재테크 다이어리

 현영씨가 이전부터 재테크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한다는 것은 이미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것을 책으로 냈는데...

 글쎄... 감수에 정복기PB도 있지만 부제목처럼 재테크 전문가도 깜짝 놀랄만한 정보나 재테크 비법이 들어있지는 않다. 우리가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이를테면 다이어트 방법 같은 것이다. 늘 이렇게 기본적이고 쉬운 것, 그리고 리스트 감수에 대한 현영씨의 태도와 꾸준한 공부가 배울점인거 같다. 하지만 전문가가 보기에는 너무 내용이 기본적이고 말 그대로 재테크의 ㅈ자도 모르는 초보자가 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저축, 펀드, 부동산, 주식을 다 담으러고 하니 그릇이 넘치니 그 속에 있는 내용물이 뭔지만 느긋이 봐도 무방할 듯하다. 현영이라는 이름을 걸고 만든 책이라 그런지 쓸데없이 현영씨 사진이 난무해서 오히려 책에 마이너스를 주고 싶다.

 내용면에서 타인이 대필해줬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없고 솔직담백한 현영씨의 성격대로 직설적이고 초보자도 이해하기 쉽게 썼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13. 세계최고 CEO 좌우명 - 진희정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세계 최고의 CEO, COO, CIO 들의 좌우명(엄밀히 말해서 그들의 언행)을 기록해서 엮었다.

 77인이 전하는 특별한 성공 키워드지만 늘상 그렇듯이 기본에 충실하는 이들에 대해 다뤘다.

 몇가지 아쉬운 점은 분명 그들중 분식회계등 엄격한 불법적인 탈세 및 범죄를 단순히 태양에 비춰 밝은 부분만 노리고 쓴 것이 역력하게 드러나며, 달이 비추는 어두운면은 밝은 면에 상대적으로 묻혀버렸다. 그리고 77인에서 왜 한국인 CEO는 없는지 그것 역시 의문이며 자료자체가 최신이기보다 약3~5년 정도 뒤떨어졌다는 점. 그리고 너무 많은 인원을 고작 3page에 성공기 담으려다 보니 무리가 따르고 어렸을 때 어땠더라, 그리고 두각을 나태서 지금은 몇%성장을 이룬 몇억의 소유자다 라는 형식에 얽매여 쓰였다.

 그들은 하나의 공식처럼 부자의 자식이기보다는 우등생에 가까웠고 MBA과정을 이수하고 회사에 입사에 두각을 나타내고 구조조정(이건 최고의 CEO가 되기 위한 거의 필수과정이라 할 수 있다.)을 했다는 점인데, 쓰려져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군살을 뺐다고 하지만 그 사이 짤린 직원 수만 몇백만명은 될거 같다(수치상으로 계속되는 나열에 무감각해지지만 닫은 공장 수와 그로인해 생긴 실업자 수는 엄청나다는 뜻이다).

 77인보다 7인으로 정하고 그들의 성공신화에 집중적인 포커스를 맞췄더라면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거기에 최신현황까지 덧붙여 주면 좋았을거 같다.

 참고로 모토로라는 휴대폰 시장에서 레이져 이후 완전 찬물만 마시는 상황인데 이 책은 레이져가 5천만개나 팔렸다, 대단하다, 까지만 저술했다(개인적으로 1년전 페블은 정말 괜찮은 디자인이지만 그것을 포함해서 레이져 다음으로는 내놓는 폰마다 공짜폰으로 전략하고 있고, 최근 한국에서 레이져 3G용 리모델을 내놓음으로써 다시 한번 일어서는 노력을 하고 있다. 허나 그 시기가 좀 더 앞당겼더라면...국내 모토로라 매니아들이 그렇게 원했건만 여러폰 말아먹고 이제서야 정신차리고 내놓다니...소비자 심리와 트렌드를 파악하지 못한 모토로라의 자업자득)



14.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1 (통찰 편) - 박경철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도 이제 아는 유명인이 된 시골의사의 주식과 경제에 관한 책이다. 정말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이 정녕 외과의사인가 경제전문인인가가 헷갈린다. 20년간 경제에 대해 독학하며 공부한 것을 압축해서 이 책을 썼노라 했지만 얼마나 많은 책을 읽으며 공부한지 예상도 못할 정도다. 나야 당연히 경제나 주식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미비한 상태에서 봐서 그런지 한 문단을 3~4번씩 반복해서 읽었고 두께도 꽤 있어 완독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사실 읽으면서 뭔 내용인지 몰라 여러번 읽은 문장이 꽤 많았다.)

 필자는 투자에 대한 정의와 시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투자자의 직감과 통찰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그 강조성은 여러번 반복해도 충분치 않은 것들로 이뤄져있으며 내가 만약 실제 투자자가 된다면 옆에 끼고 두고두고 읽어봐야할 지침서가 될거 같다.

 책이 다분히 어려운 것은 단점이지만 실제 투자자라면 이 정도의 내용은 물 흐르듯 읽고 사전공부를 만전에 기하여 충분히 해야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15.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 기욤 뮈소

 사랑을 주제로 한, 내가 읽어본 기욤 뮈소 책은 모두 추천대상이다. '구해줘',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에 이은 최신작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역시 읽을수록 빠져드는 것은 그가 왜 현재 프랑스 최고의 인기작가인지를 증명해준다. 더이상은 설명은 이전작품에 대한 평가와 중복됨으로 생략을 한다. 정말 영화같은 사랑이야기. 그리고 삶의 중요성을 깨우쳐가는 앎이 녹아있는 작품.



16. 레벨7 (상,하)-미야베미유키

 기억상실증이란 평범한 소재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판타지 게임을 떠올리게 만드는 level7이 유일한 단서다. 그리고 시작되는 미야베미유키만의 스토리텔링. 전혀 게임과 상관없이 흘러가는 음모와 흑막이 들어나면서 막판에 엎치락 뒤치락이 계속된다.

 설마 판타지소설인가 싶어 흥미를 잃었다가 점점 읽을수록 빠져든다.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 더욱 재미를 증감시켜 주지만, 흠이 있다면 결코 짧지 않는 분량.



17. 쓸쓸한 사냥꾼 - 미야베미유키

 1990년대에 쓴 것을 묶은 것으로 헌책만 취급하는 서점의 노인과 손자가 풀어나가는 미스터리물이다. 잔잔하게 이어가는 이야기의 힘이 단편으로 담기에는 참 아쉽다. 각 이야기는 세상살이에서 일어날 법한 갈등과 의심으로 가득찼으나 서점안의 따스함과 훈훈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18. 인연 - 피천득

대사관 문을 나올 때, 수위는 나보고 티켓을 달라고 한다. 좀 어리둥절하여 쳐다보니 주차증을 달라는 것이다. 나는 웃으며 자동차들 틈으로 걸어 나왔다. -39p
 
 시계는 줄은 끊어졌으나 살아서 잘 가고 있다. 우리 델라가 길 같은 머리라도 가졌다면 그것을 팔아서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 시계줄을 사다 줄텐데, 이 여자도 남과 같이 퍼머를 하여 버렸다. -55p
 
 밤 가는 줄 모르고 술을 마셨다면 멋있는 것 같기도 하나, 이런 향락은 자연과 인생이 주는 가지가지의 기쁨과 맞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잠을 못 잔 사람에게는 풀의 향기도, 새소리도, 하늘고, 신선한 햇빛조차도 시들해지는 것이다. -209p
 
 같이 살아가노라면 싸우게도 된다. 언젠가 나 아는 분이 어떤 여인보고, "그렇게 싸울 바에야 무엇하러 같이 살아 헤어지지" 그랬더니 대답이 "살려니까 싸우지요. 헤어지려면 왜 싸워요" 하더란다.
-262p
 
 솔직하며 욕심이 없이 살아가는 글쓴이의 수필을 읽노라면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행복과 함께 잔잔하게 흐르는 웃음이 읽는 이로 하여금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렇게나 깨끗하고 순수한 글은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때 현대의학이 치료하기 힘든 곳까지 낫게 해주는 치료제가 될 것이다.



19.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 유시민

 나는 태어나서 제대로 투표를 해본 적이 없다.(군대에서 평택작전시 한번 했으나 전단지 주고 30분내에 투표하라는 어이없는 찍기를 제외한다면) 전역일이 마침 대통령선거일이라 집에 도착했을 땐 선거가 끝났었고 무엇보다 내 자신이 정치에 관심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현황을 볼 때 성별,나이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정치와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 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 역시 신문을 읽기 시작했고 뉴스를 챙겨보며 TV를 잘 보지 않지만 '100분 토론'은 '1박 2일'과 함께 매주 꼭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어느날 100분 토론에 나왔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언변에 놀라며 그의 토론 실력에 매료되어 구매하게 된 책이 이것이다.

 

 "대한민국은 처음부터 민주공화국이었다. 1948년 7월 17일 제헌의회가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하고 그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기본 질서를 담은 첫 헌법을 공포한 순간부터 그랬다. (...) 나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이 선언한 대로 대한민국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정통성 있는 민주공화국이라ㄴ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제헌헌법이 규정한 민주적 기본 질서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 치러할 할 비용을 다 지불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였다'                                                     -본문 중에서

 

 유시민씨가 본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후불제라니...참신한 발상이자 정확한 지적이라고 독서 중에 계속 감탄했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와 자신이 국회의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 때의 사건, 생각을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현 MB정부에 대한 강렬한 비판과 우리나라 국민으로써 가져야할 권리와 의무에 대해 알기 쉽고 자세하게 서술해놨다. 20대 대학생이 반드시 읽어보야할 필독서이자, 나같이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싶으나 어느 책을 읽어야 도움이 될까' 하고 고민하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20. 오후의 마지막 잔디밭 - 무라카미 하루키

 7개의 단편모음집이다. 그 중 단연 '오후의 마지막 잔디밭'이 가장 낫다. 극히 하루키 다운 단편모음집. 그래서 조금은 시시한.



21. 칼의 노래-김훈

 ......신의 몸이 아직 살아 있는 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삼도수군통제사 신(臣) 이(李) 올림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정세는 남쪽에서는 왜군이 쳐들어 왔고 조정은 서울에서 쫓겨나 탁상공론만 하고 있고 명나라 군사는 스스로 천병(天兵)이라 하여 전쟁에 직접 참가하지 아니하고 일본 1인 권력의 정점에 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망에 따른 왜군철수에 따라 싸우지 않고 점령만 해가며 매일 계속되는 술자리로 백성을 괴롭히는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이순신의 갈등과 애국과 근심이 자세히 묘사되어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잠시 충무공이 된듯 한 느낌을 받았다.

 현재 우리나라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계속되는 핵실험으로 남북평화에 균형을 깨고 있으며 국내정치는 여,야간 중간 협상을 찾지 못해 파행사태가 극에 다달았다. 역사상 가장 깨끗했던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잃었고 현 대통령은 조선시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목소리가 울부짖는데 듣지 못하고 깊은 밤에 핀 촛불은 보지아니 한다. 이제서야 서민중심 정책을 내놓다고 하면서 재벌의 재벌화를 가져오는 미디어법은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이런 상황이 임진년(壬眞年,1592년)과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본다.



22. 작지만 확실한 행복-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을 대표하는 대작가로써 예상과 다른 소탈하고 진실된 일상이야기가 수필집에 모여있다. 무척 재미나게 읽었다. 소심한 듯 보이나 사람이기에 생각할 수 있는 상상들과 특이한 그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23. 일본전산 이야기-김성호

밑바닥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모든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밑바닥 일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면, 나중에 관리자로 성장했을 때 직원들을 제대로 통솔하기 어렵고, 부하 직원들을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지론이다. -51p

 

"너보다 똑똑한 사람이 있느냐? 그럼 두 배로 노력하면 된다. 똑똑하고 머리 좋은 사람이 오후 6시에 '해결했다'며 룰루~ 랄라~ 퇴근했다면, 똑똑하지 못한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밤 11시까지 해서 해결하면 된다. 그럼 결과는 같아지는 것 아니냐? -p77

 

안 된다는 논문을 쓰는 기업은 망한다.

된다는 논문만 필요하다.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할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차라리 되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낫다. -나가모리 시게노부

 

일본을 흔든 10년 장기 불황 속 10배 성장, 손대는 분야마다 세계 1위. 바로 이 책이 말하는 기업인 일본전산을 꾸미는 수식어이다. 정말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하는 기업. 될 때까지 무조건 한다는 정신과 방식이 모터업계 세계 1위로 올려놓은 것이라 이 책은 전한다. 절반정도는 상당히 볼 만하고 읽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책 양을 부풀리기 위해 같은 말을 몇번이나 반복하는 후반부는 지겹다.



24.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경제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곳)

 주위에 주식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신문은 앞다퉈 재테크의 성공비결에 대해 써내려가고 도서코너에는 재테크의 달인과 주식부자들이 쓰는 비결이 판을 이룬다. 이처럼 자본주의인 우리사회에 경제는 우리와 아주 밀첩해있으며 물질만능주의는 더이상 사상이 아닌 현실로 되어있다. 이 시점에서 아무도 돈이 주는 혜톅과 편리함까지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민주주의보다 가까운 자본주의에 사는 우리는 경제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으며 깊게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의 선까지는 상식처럼 알아야한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비전공자가 보다 쉽게 경제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쓴 책이고 전공자라 해도 대학교 1년생이 읽기에는 도움이 된다는 추천이 많아 구매하였다. 읽으면서도 고등학교때 배운 경제 과목이 생각나고 쉽게 풀이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신문에 대해 진실(까지는 뭣하지만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을 알려주는 부분이었다. 독점에 대한 사례를 들었는데 실제 우리가 만질 수 있는 신문으로 판 돈의 이익은 30%도 되지 않고 부풀린 발행부수로 인해 받는 수익금으로 신문회사가 운영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차이(신문사가 광고주에게 발표한 발행부수-실제발행부수=총 발행부수의 10%가 넘는 어마한 양)만큼의 신문은 배달되지 않고 바로 폐지공장으로 향한다. 이 얼마나 충격적인 사실일까...내가 신문을 매일 보면서 항상 궁금했던 점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해결되었다. (누구나 한번쯤 궁금해 하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사실이기도 하다. 신문사는 어떻게 유지를 할까? 신문 주문을 하면 사은품도 퍼주고 공짜로 다른 신문사 신문도 주면서 남는게 있을까? 하는 의문들)

 경제에 대한 이론을 설명하고 사례를 들고 현실에서 이론이 적용되는지에 대한 얘기도 흥미로웠다.



25.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우타노 쇼고

 작가의 트릭에 완전 속으면서 지적유희를 즐긴 첫번째 책은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이고 두번째는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이었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세번째 책이 되었다.

 이런 종류의 책은 끝까지 읽고 난 후 책을 덮는 것이 아니라 첫장부터 다시 봐서 확인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다시 한번 사건을 정리하고 등장인물의 이름을 확인하는 것이다. 내가 왜 작가의 트릭에 속았나 한탄하고 작가의 복선에 감탄하는 것이다.

 트릭에 있어서 살육에 이르는 병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코멘트를 보고서도 똑같이 속다니...

 속는 이유는 한결같다. 등장인물에 대한 은밀한 선입견 심기. 그리고 트릭에 약간 의아해 하지만 스피드하고 재미난 스토리텔링으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두게 만든다. 마치 마술사가 손바닥안에 동전을 숨긴채 다른 손으로 관객의 시선을 끄는 것처럼.



26. 도착의 론도 - 오리하라 이치

 서술트릭임을 알고 읽은 3번째 소설이다.(첫번째는 '살육에 이르는 병', 두번째는 '벚꽃이 지는..') 읽고보니 서술트릭보다는 작가와 벌이는 추리에 유희에 중점을 둔거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곳곳에 깔아놓은 트릭이 결코 만만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앞의 두작품과 다르게 끝부분에 가서 구구절절 나에게 설명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부분에서 생겼던 의문점을 한꺼번에 확 풀리는 시원함(개인적으로는 이런 쪽을 선호한다)보다는 저기는 저렇게 여기는 이렇게 복선을 깔고 트릭을 사용했다는 인상이다. 물론 설명은 세세하게 들어가나 그걸 이해하려고 하니 앞부분부터 다시 읽어봐야하냐는 귀찮음도 발생했고 후반부에는 읽는 동안 나마저 '도착'상태에 이를뻔 했다.



27. 어둠 속의 남자 - 폴 오스터

 폴 오스터의 비교적 최신작이다.

 나 역시 소설 속 등장인물 브릴처럼 잠 자기전 많은 생각을 하고 때론 엉뚱한 상상을 하며 잠잔다. 낮잠을 자서 밤에 잠을 못 이룰때면 시시껄렁한 이야기로 혼자 새벽3시까지 뒤척이곤 한다.

 소설속 소설에 빠져들어 재밌게 읽고나면 번역가 이종인씨의 명쾌한 해설로 한번 더 작품을 의미있게 음미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28. 1Q84 1-무라카미 하루키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나면 일상 풍경이, 뭐랄까.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이라는 건 언제나 단 하나 뿐입니다." -23쪽-

 

미국에서는 월터 먼데일과 게리 하트가 대통령 선거의 민주당 후보 자리를 다투고 있었다. 둘 다 세상에서 가장 총명한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총명한 대통령은 대개 암살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보통사람보다 머리가 더 뛰어난 인간은 되도록 대통령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40쪽-

 

사람이 자유로워진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녀는 곧잘 자문했다. 하나의 감옥에서 멋지게 빠져나온다 해도, 그곳 역시 또다른 좀더 큰 감옥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393쪽-

 

"하지만 메뉴든 남자든 다른 뭐든, 우리는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건지도 몰라. 그건 이미 일찌감치 정해진 일이고, 우리는 그저 선택하는 척하고 있는 것뿐인지도. 자유의지라는 거, 그저 나만의 선입견인지도 모르지.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410쪽-

 

"티베트의 번뇌의 수레바퀴와 같아. 수레바퀴가 회전하면 바퀴 테두리 쪽에 있는 가치나 감정은 오르락 내리락해. 빛나기도 학 어둠에 잠기기도 하고. 하지만 참된 사랑은 바퀴 축에 붙어서 항상 그 자리 그대로야." -626쪽-

 

 나를 포함 여러 독자들이 5년간 기다린 5년만의 장편소설이 나왔다. 신인세 최고기록(한화 약 15억, 1억1600만엔)을 갈아치웠다. 출간 날 68만부 판매 10일 만에 100만부가 팔렸다.(영화도 아닌 도서분야에서 밀리언셀러는 엄청나다.)

 출시예정을 알고 있었고 당연히 예약판매를 통해 구입했다. 언론사를 통해 들었던 신인세에 비해서는 그리 비싼값도 아니라 생각된다.(약650쪽으로 쪽당 20원이고 주인공이 들었다는 음악CD를 포함한다는 가정하에)

 

 1장은 여자가 2장은 남자가, 이런 식으로 교대로 진행되는 책은 1권은 4~6월을, 2권은 7~9월로 서술된다. 두 주인공간에 수많이 던져지는 복선과 흡입력 강한 스토리텔링은 거미줄처럼 서로를 이어간다. 모순된 표현이지만 책을 읽는 도중 상당히 '무라카미를 닮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무리카미의 소설'이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3인칭 전지적 작가의 시점으로 씌여졌지만 읽느라면 1인칭만큼이나 인물의 심리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고 그밖의 분위기를 이해하기 쉽도록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무엇인가 이어질거 같으면서 살짝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내용은 600쪽이 짧게 느껴지리만큼 단숨에 읽혀지게 만드는 매력을 가졌다.

 2권은 9월9일 발매예정이다. 물론, 벌써 구매를 완료했지만 어서 받아서 읽어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뿐이다.



29. 낙원1,2 - 미야베 미유키

 종전 최고의 히트작인 모방범(이걸 먼저 보고 봤어야 하는데...주인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초반에 많이 혼났고, 작가는 우리가 모방범을 당연히 보고 보는 것을 염두하고 쓴 듯하다.) 이후로 나온 2권의 장편소설이다. 프리라이터인 주인공에게 들어온 의뢰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암흑들을 걷어내는 과정이 실로 놀랍고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2권의 절반정도에서 끝나버리고 질질 끄는 듯한 후반부는 상당히 지루하며 책을 조금 얇게 해서 두권으로 하거나 압축시켜 두껍게 한권짜리로 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30. 1Q84 2-  무라카미 하루키

아쉬운 엔딩을 제외한다면 역시 하루키다운 내용과 흡입력이다. 2권을 합쳐 1000쪽이 넘지만 단숨에 읽어내려가는 것 또한 하루키 소설을 읽는 이유이자 즐거움이다.



3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자연도태라, 이 말은 정말 얼토당토않은 말이야. 그런데도 이런 표현을 사람들의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하지. 아빠는 여러 대학과 제네바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회의, 그리고 유엔의 책임자들과의 사적인 대화에서 이 말을 무수히 들어보았어. 숙명적인 기아가 지구의 과잉인구를 조절하는 확실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지. 그러니깐 기아가 산아제한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 거야.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는다는 자연도태설. 이 개념에는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주의가 담겨 있어.

-본문 41쪽-

 

 단지, 제목만으로 엄청 끌렸던 책이다(동시에 공중파 출연으로 베스트작가가 된 한비야씨가 추천한 책으로 충분히 유명해졌으리라 본다). 120억의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는다는데(미국이 생산하는 식량은 전세계 인구가 먹을 양이고 프랑스에서만 생산되는 곡물로도 유럽 전인구가 먹고 남는다) 왜 하루에 10만 명이, 5초에 한명의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는가? 왜 세계 한 곳(우리나라만 봐도)에서는 남아도는 음식물 찌꺼기 처리에 곤란을 겪고 있고 왜 다른 한 곳에서는 먹지못해 죽음에 이르는 걸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가 자신의 아들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세계빈곤"에 대해 아주 쉽게 접근하게 해준다.

 이 책을 읽을 계획이 있는 분은 책 뒤편에 있는 주경복 건국대 교수님의 "신자유주의를 말한다"를 먼저 읽고나서, 순서대로 볼 것을 권한다. 실제 세계빈곤은 신자유주의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개념을 잡고 읽어가는 것이 책 내용 이해에도 도움이 되기에), 부유한 국가와 세계적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아프리카를 포함한 세계의 여러국가들이 굶어죽어가는 이유가 단순히 나라의 자원부족과 국민의 게으름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한다. 그리고 생각을 전환하다. 당신이 아는 거짓이 진실로 바뀔 것이다.



32. 백야행1,2,3 -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드라마로 나왔고 이번에 손예진, 한석규, 고수, 이민정 주연의 영화화되어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소설 작품이 드라마, 영화화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용이 좋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소설 역시 그저 그런 추리소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미줄처럼 얽히고 얽힌 인물들과 그 사이에서 한장 한장 벗겨지는 진실, 그리고 쫓는 형사가 주 메인이다. 하지만 주변인물 역시 꽤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고 막상 주인공 2명의 심리상태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로 전개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굳이 표현하면 원 둘레에서 스포라이트를 비추면서 원 중심을 파헤쳐가는 구도라 할까... 

 3권이나 되는 분량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읽고싶어진다. 그 흡입력이 이 작가의 가장 큰 매력이자 이 소설의 장점이라 하겠다.

 소설이 영화화할 경우 많은 부분이 생략되게 되고 독서에서만 가질 수 있는 상상력보다 필름이 보여주는 것이 적기 마련이라 실망하게 되는데 다음달 개봉인 이 영화는 어떨지 매번 기대된다.

 덧붙여서 국내영화 포스터는 합격점이다. (아마도 디자이너는 책을 읽어본 사람같다. 그렇지 않는 경우도 눈에 보일때가 있다.)



33.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세계는 지금 지구촌이라는 이름하에 자유무역을 꿈꾸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의 정책에 따라 관세를 없애고 FTA를 맺는등 무역의 장벽은 점차 낮아지거나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의문이 가진다. 과연 신자유주의는 거래를 맺는 양국에 모두 이익을 줄 것인가? 비교우위론에 의하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지만, 세상살이 모든 것은 이론과 맞아떨이지지 않으며 이 역시 마찬가지라 말할 수 있다. 현재 강대국들은 개발도상국과의 자유무역에서 불과 한세기전에 했던 똑같은 짓을 반복을 하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무기를 앞세웠고 현재는 경제를 앞세운다는 점이다.(침략하는 쪽이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과거 강대국들 역시 자국산업을 위해 보호무역을 펄쳤음에도 불구하고(OECD의 거의 모든 가입국들, 책에서는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많이 들고 있으며 이에 관련된 증거자료-논문 또는 역사- 또한 방대하다.) 지금의 개발도상국에게는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을 개방하라고 하니...

 책은 시종일관 신자유주의를 과거사례와 권위있는 논문을 통해 신렬히 비판하고 있으며 장하준 교수는 이것은 '이미 사다리 끝에 오른 자(강대국)가 밑에서 올라오는 자(개발도상국)를 못올라오게 사다리를 겆어차기' 라고 말한다.

 경제에 관심이 있으며 세계화의 어두운 면(또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진실)에 대해 알고 싶으면 반드시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