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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Book

2008년도에 읽은 책들

※2008년에 싸이월드에 기재되었던 내용을 퍼왔습니다. 만약 지금이라면 안 읽어봤을 책도 많고 다시 읽어본다면 다르게 썼을껄 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1.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 리처드 도킨스

'많은 사람들은 이미 수용된 독단적 견해는 독단론자들이 아닌 회의론자들이 반증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물론 그것은 잘못이다. 내가 지구와 화성 사이에 타원형 궤도를 따라 태양을 도는 중국 찻주전자가 하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찻주전자가 우리의 가장 강력한 망원경으로도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작다는 단서를 신중하게 덧붙인다면, 아무도 내 주장을 반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 주장이 반증될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을 의심하는 것은 인간 이성에 대한 용납하기 어려운 억측이라고까지 내가 말한다면 그것 헛소리로 여겨져야 옳다. 하지만 그런 찻주전자가 존재한다고 옛 서적에 명확히 나와 있고, 일요일마다 그를 신성한 진리라고 가르치며, 학교에서도 그를 아이들의 정신에 주입시킨다면, 그 존재를 선뜻 믿지 못하는 것은 괴짜라는 표시가 될 것이고, 이를 의심하는 자는 계몽시대의 정신과의사나 그 이전의 종교 재판관의 이목을 끌게 될 것이다.

(p.83)'
"우리는 그런 말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찻주전자를 숭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이지만 실제로는 말레이시아에 집채만한 찻주전자를 만들어 신성시하는 종파가 있음이 확인됐다며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고 고백한다.

 

버트런드 러셀의 찻주전자 불가지론(Teapot Agnosticism)을 보는 순간 '이 책을 꼭 봐야겠다' 다짐했다.



2.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기도

진정한 기도는 종교적인 의식이나 형식이 필요 없다.

오로지 간절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

 

-참된 앎

다른 무엇을 거쳐 아는 것은

기억이지 앎은 아니다.

 

-강물처럼 흐르는 존재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

비난을 하고 판단을 한다는 것은

한 달 전이나 두 달 전 또는 몇 년 전의 낡은 자로써

현재의 그 사람을 재려고 하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의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상 깊었던 몇 구절이다.

이 책은 늘 곁에 두고, 읽어야 할 책이다.



3. 애널리스트 - 존 카첸바크

"인생이 원래 그렇다네. 하나의 게임이 지나면 다른 게임이 오게 마련이지.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게임은 죽음이야."



4.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뉴 파워 인도

중국을 이은 뉴 파워 인도.

IT, BT의 거대한 코끼리가 되어가고 있다.



5. 세계 경제의 슈퍼엔진 중국

앞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중국 이야기.



6. 워렌 버핏

모두가 아는 내용을 다시 한번 더 요점정리한 것밖에 안된다.



7. 신탁의 밤 - 폴 오스터

<사람은 우연한 일로 죽으며 눈먼 우연이 용서해 주는 동안에만

살아있다.>

- p80

 

폴 오스터의 재미난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은

언제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8. 변신 - 프란츠 카프카

"이 이상 더 못견디겠어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직 사정을 모르시겠지만 저는 잘 알고 있어요. 저는 저런 괴물앞에서 오빠의 이름을 부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제 말은 저것을 없애야 한단 말이에요. 저것을 먹여 살리려고 참고 견디며, 우리들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해왔어요. 아무도 우리들을 나무랄 사람은 없어요."

 

나는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었을 때 오히려 가족과 동등한 입장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족은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교외로 나감으로써 그의 존재자체를 아예 부정해버렸다.

어쩌면 그레고르는 가족 부양의 의무와 회사로부터 오는 구속감에 자신을 벌레로 만들었던 아닐까?

하나의 탈출구로써...



9. 냉정과 열정사이 Rosso&Blu

이 두명의 작가의 이야기를 다 읽고 바로 온 느낌은 "냉정(이별)과 열정(사랑)사이 에는 그리움이 있다.".

사람마다 취향이나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Rosso를 읽고나서 Blu를 읽고,Rosso 보다는 Blu 를 추천하고 싶다.



10.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나의 그 맹렬한 노력이 이렇게 끝장난단 말인가? 두 집을 부숴버리려고 지렛대며 곡쾡이를 장만해 놓고 헤라클레스와 같이

 괴력을 낼 수 있도록 나 자신을 훈련했건만, 막상 만반의 준비가 되고 내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자 어느 쪽 집에서도

 기와 한 장 들어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져으니! 나의 숙적들은 나를 넘어뜨리지는 못했어. 이제야말로 바로 그들의 후손에게 복수를 할 때지. 내 힘으로 할 수 있지. 그리고 아무도 막지 못해. 하지만 그래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난 사람을 때리고 싶지 않아.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 귀찮아졌단 말이야! 이렇게 말하니 마치 오직 아량의 미덕을 보이기 위해서 이제까지 애를 써온 것처럼 들리는데, 그와는 거리가 먼 얘기지. 난 그들의 파멸을 즐길 만한 힘도 없어졌고 쓸데없이 남을 파멸시킬 생각도 없어졌단 말이야."

 - p538 - 

 

읽는 동안 나도 가정부(엘런)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다.

 워더링 하이츠에서 일어난 두 주인공의 비극적인 사랑이 드러시크로스 저택까지 몰락으로 물들이고, 막이 내린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비바람이 세차게 몰고 나면, 그 속에 새로운 싹이 트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가정부가 말해주는 이야기속 인물에 대한 심리, 행동묘사가 돋보이며, 냉혹한 집념으로 결국 미쳐버린 비운의 주인공인 히스클리프가 얼핏 이해된다고 한다면, 나도 모르게 빠져있던건 아닐까? 아니면, 그를 동정 했거나...



11. 먼 북소리 - 무라카미 하루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울려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머릿말 중-

 

아나운서에서 전업해서 여행작가가 된 손미나 씨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에 이 책이 잠깐 소개되어 나온다.

(난 북소리 처럼 문득 수필쪽을 읽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장편소설은 많이 봤지만, 에세이는 처음이었기에,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기대하며 천천히 풀어봤고, 충분히 재미있었다.

(이탈리아인들의 인식과 생활습관에 대해 언급할때 항상 웃겼다.)

그리스, 이탈리아에 한번쯤 가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라긴 보다 진짜 여행이 죽도록 가보고 싶다! 라고 생각한다.



12. 말리와 나 - 존 그로건

 군대에서 책을 읽으면서 슬퍼서 혹은 감동을 받아서 눈물을 흘린 적이 2번 있다.

 이 책이 그 중 하나이다. 우리집 역시 개를 키우는 입장에서 볼만할 거 같아서 읽기 시작했고, 작가의 애완견에 대한 사랑은 가족 이상이었다. 말리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하나였고, 말리가 죽었을 때 작가가 느끼는 슬픔과 추억에 나 역시 같이 슬펐다. 그리고, 동네에 도둑이 들었을 때, 말리의 그 늠름한 모습에 감동도 받고, 한편으로 -터무니 없지만- 우리집 개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단순한 애완견 기르며 쓴 책이 아닌, 동물이라도 배울 점이 많으며, 강아지 때부터 노견이 되어 안락사 될 때까지 추억이 책에 생생하게 남겨져있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추천하고 싶다.



13. 바리데기 - 황석영

 나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시간을 기다리고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늘 기대보다는 못 미치지만 어쨋든 살아 있는 한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 223p

 

 주술적 능력이 있는 바리를 통해 여러가지 갈등과 치유를 담았다.

단순한 탈북소녀의 영국정착기가 아닌, 그 동안 그녀에게 벌어진 생사의 길과 수많은 일들이 그녀가 만나는 여러 등장인물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갈등을 해결해간다.

 350쪽 분량의 한권짜리 책이지만, 북한을 포함한 세계 속 그늘에 대한 정밀한 표현이 돋보이며, 책을 잡기 시작하면, 무엇보다 바리의 이야기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14. 하악하악 - 이외수

26 아무리 명포수라도 총 끝에 앉아 있는 새를 명중시킬 재간은 없다.
40 예술이 현실적으로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카알라일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그렇다, 태양으로는 결코 담뱃불을 붙일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태양의 결점은 아니다.
43 이외수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라는 산문집을 내자 평소 이외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사내 하나가 자기 블로그에 비난의 글을 올렸다. 자기가 여자도 아니면서 여자에 대해 잘 아는 척 책까지 묶어내는 걸 보면 이외수는 분명히 사이비라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읽어본 이외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파브르는 곤충이라서 곤충기를 썼냐?
150 한가지 일에 평생을 건 사람에게는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격언이 무의미하다. 그에게는 오늘이나 내일이 따로 없고 다만 ‘언제나’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171 “비밀 꼭 지켜”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비밀은 누설된 것이다.

 

 겨울나기를 읽고 난 뒤, 이외수 소설가의 책이 갑자기 읽고 싶어졌다. 최신 인터넷 유머부터 진지한 글까지 두루두루 담긴 책.

 책장은 훌훌 잘넘어가지만, 내용 만큼은 가볍지 않다.

 좋은 글귀와 함께 금방이라도 헤엄쳐 나올거 같은 민어그림들이 아름답다.



15. 호밀밭의 파수꾼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같이 있는 사람 없어. 나하고 나 자신, 그리고 또 나뿐이지"

- 201p -

 

처음 이 책을 들고 읽었을 때가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군대에 있었고, 어떻게 보면 콜필드와 비슷한 상황에서 읽었기에 콜필드의 행동과 말이 무척이나 공감갔다.게다가 다 읽었을 때는 화까지 났다. 사람들의 가식적인 모습에 경멸심마저 들었고, 아주 잠깐이지만, 마크 채프먼이 존 레논을 왜 죽였는지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수긍이 갔을정도로 비관적인 생각에 가득 찼었다.(당시 그는 암살동기로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야한다고 밝혔다.)

허나, 부정적인 생각은 자기자신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그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사실을 염두하고, 읽어서 일까? 이번에 다시 읽을 때는 그때와 다르게 콜필드가 너무 안타까웠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넘기자, 다행스러운 것은 극단적인 생각이 자살까지는 가지 않았고, 그는 현재 살아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16. 하루키 문학수첩

"나는 남의 얘기  듣는 것을 꽤 재미있어 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여러 가지 사고  방식이 있다. 개중에는 '과연 그렇군' 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의견도 있짐나, 전혀 무의미한 생각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무의미한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잘 들어  보면 나름대로의 가치 기준에 따라 확고하게  성립된 의견이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하튼 내가 한 걸음 물러나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태도를 보이면, 대개 사람들은 마음을 열어 놓고 정직하게 얘기해 준다. 당시에 나는 소설을 쓰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그 경험은  훗날 내가 소설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것은 대학에서는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것 중의 하나였다."

 

 무라카미 작품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전문적인 해석이 눈에 뛴다(그래서 소설을 읽기전에 읽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작품을 통해서만 접촉할 수 있는 그의 인터뷰와 생각들을 모아서 번역했다는 것이다. 허나, 글 전체적으로 너무 비약적인 부분도 있고, 굳이 이 단어를 써야하나 싶을 정도로 외국어의 남용이 많아서 인상을 찌프리게 만든다.



17.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 이옥순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놓고 법정에 섰던 소설 <북회귀선>의 작가 헨리 밀러는 이렇게 말했아. "섹스는 환생해야 할 아홉 가지 이유 중 하나다. 나머지 여덟 가지는 중요하지 않다." -66p

 

아일랜드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각자의 종교를 만들어야 한다"

-106p

 

나폴레옹은 "종교는 가난한 자가 부자를 살해하는 걸 막아준다"

-112p

 

지극히 합리적인 그대의 눈에는 그 많은 신의 종류와 숫자가 미개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지조가 없다고 눈을 흘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타고난다는 능력의 차이를 믿는 인도인은 신을 섬기고 진리를 깨닫는 능력이나 단계도 사람마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본래 신은 하나이지만, 사람의 능력과 수준에 따라 다른 형태로 숭배되는 것이다. -125p


고대의 마누는 "여성의 몸은 신성하기때문에 꽃으로라도 세게 때려서는 안된다" -186p

 

<마누 법전>은 "스승은 다른 사람보다 열 배 이상 존경해야 한다. 아버지는 스승보다 백 배 이상 존경해야 한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천 배 이상 존경해야 한다"고 했다. -204p

 

 인도에 대한 예찬,비판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이지 않고, 현실감 있는 현재인도에 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다채로운 주제(풍습,카스트제도,종교,성,문화 등)로 사진과 함께 자유롭게 기술한 책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역사를 살펴보면 어느 문화도 인도를 지배하기 보다는 오히려 융화되어 간다는 점.

 그리고, 인용된 문장들이 참으로 적절하고, 마음에 든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마치 가볍게 인도를 갔다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8.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어쩌면 눈먼 사람들의 세상에서만 모든 것이 진실한 모습을 드러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p180

 

이 작품은 '세상에 단 한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눈이 멀었다' 설정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을 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천만의 소리다. 

단지 앞이 안보인다고 해서 이렇게 까지 선과 악이 철저하게 드러내며 공존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읽었다. 그리고, 작가 특유의 문체때문에 글의 양이 엄청 많아서 읽는데 약 한달이라는 기간이 소요됐다.

(글자로 빼곡히 꽉 찬 460쪽. 체감상 약 600쪽)

올해 11월에 캐나다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는 동명영화도 꼭 보고싶다.



19. 중력 삐에로 - 이사카 코타로

소문은 당사자가 아닌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해 거리를 마구 내달리고, 흐르는 물이 땅을 적시듯이 번져 나간다.

- p47

 

"마이클 조던은 어릴 적부터 형에게는 농구를 해서 이겨본 적이 없어. 그의 등번호 23은, 45번을 달았던 형을 반이라도 따라가보자는 바람의 표현이야."

-p56

 

성냥, 이란 말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유명한 소설이 떠올랐다.

"인생은 한 통의 성냥과 비슷하다. 소중하게 다루는 건 웃기는 일이다. 그러나 소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위험하다."

-p209

 

예술가 오카모토 다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인생의 기로에 섰을 때, 늘 곤란한 쪽의 길을 택했다."

-p354

 

 친구의 추천을 받고, 본 책이다. 물 흐르듯이 읽을 수 있는 스토리는 가면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어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인물설정과 주위인물의 뚜렷한 개성 역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내용은 가볍게 읽을 수 있으나, 진지하게 여러생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20. 10미터만 더 뛰어봐!-김영식

 나는 사업을 잘하다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이렇게 주문하곤 했다.

 "거기서 승부를 내시오."

-81p

 

 나는 말해 주고 싶다. 운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뒤꿈치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라고.

-106p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법.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면 나머지에서 좀 부족하거나 실수해도 용납이 된다. 나의 경험으로 보건대, 약속 시간 15분 전에 약속 장소에 나타나는 사람 가운데 인생 안 풀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직 크게 풀리지 않았다 해도 그 사람의 내일은 반드시 보장된다.

-158p

 

 천호식품 김영식회장의 자서전에 가까운 책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사람은 역시 뭔가 다른 것이 있다. 그가 가진 것은 '뚝심' 이었다. 지옥의 끄트머리에서도 절망하지 않으며,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언가에 미치지 않으면 주저 앉는다는 사실을 뼈속 깊숙히 새긴이가 어떻게 실패하겠는가?

 비를 키운 박진영은 "비는 가수가 되지 않았더라도, 무얼하든 성공할 사람" 이라고 늘 말했다. 김영식회장도 그러한 사람이다. 책에서 느껴지는 자신감과 뚝심은 딱맞는 옷처럼 그에게 자연스러워 보였다. 부러웠다. 그래서 나도 10미터만 더 뛰기로 했다. 그것이 인생을 좌우한다.



21. 무소유-법정(法頂)

독서의 계절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것부터 이상하다. 얼마나 책하고  인연이 멀기에 강조주간 같은 것을 따로 설정해야 한단 말인가. 독서가 취미라는 학생처럼 그건 정말 우습다. 노동자나 정치인이나 군인들의 취미가 독서라면 모르지만, 책을 읽고 거기에서 배우는 것이 본업인 학생이 그 독서를 취미쯤으로 여기고 있다니 정말 우스운 일이 아닌가.

 

마하트마 간디의 표현을 빌리면, 종교란 가지가  무성한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  가지로  보면 그 수가 많지만, 줄기로 보면 단 하나뿐이다.  똑같은  히말라야를 가지고 동쪽에서 보면 이렇고, 서쪽에서 보면 저렇고 할 따름인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는 하나에 이르는 개별적인 길이다.  같은  목적에 이르는 길이라면 따로따로 길을 간다고 해서 조금도 허물될 것은 없다.  사실 종교는 인간의 수만큼 많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저마다 특유한 사고와 취미와 행동양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법정스님의 책은 정말이지 두고 두고 볼 수 있는 삶의 지침서요, 하나의 바이블과 같다.

 법정스님은 책에서 무소유에서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하나, 이 책은 반드시 소유해야할 것이다.



22. 그로테스크 グロチスク-기리노 나쓰오

솎아지는 운명에 처하고 싶지 않으면, 빛을 차단하는 키 큰 식물을 쓰러뜨리거나, 광합성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무언가로 자신의 존재를 변화시킬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234p

 

 1997년 일본 전역을 들끓게 한 '동경전력 여사원 매춘부 살인 사건'을 소설화 하였다. 작가의 상상력에도 찬사를 보내지만, 각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적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처음받는 동원 예비군 훈련 2박3일을 책임져 준 책이기도 하고, 무척 집중하고 읽었기에 600쪽을 넘는 책장도 훌훌 넘어갔다. 초반부 주인공(노나카)의 서술을 모두 믿어버리면 곤란하다. 사람마다 남이 모르는 사정이 있고, 그녀만의 편협된 시각은 과도 피해망상이고, 비약한 상상은 무리한 현대사회의 경쟁에서 나오는 패배의식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고, 문득 어디선가 본 글귀가 떠올랐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죽어가고 있는 중이 아닐까?"



23. 사신치바 - 이사카코타로

"죽는다는 것도 그런 게 아닐까. 태어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뿐이야. 무서울 것도, 아플 것도 없어." -14p-

 

"나는 생각이 나면 곧장 말해버리지. 인생이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거니 대화는 나눌 수 있을 때 나누어야 해. 무례하든가 말든가. 그렇게 생각하지?" -170p-

 

 사신(死神)이란 특수한 케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평범할 수 있는 에피소드 마저 특이하게 변신시켰다. 죽음과 삶이라는 무거운 주제 역시 가볍고 빠르게 전개하고 있으며, 인간이 아닌 시점을 통해 보는 인생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단편이라 할 수 있는 각 장을 마지막에 가서 묶어놓은 점도 보다 재밌게 만드는 요소중 하나다.



24. 꼴 1,2 - 허영만

꼴은 한 부분만 보고 단정 짓는 것이 아니고 전부를 본 후 점수를 매겨야 한다. 나쁜 기운을 타고났더라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면 어느 정도는 달라진다. 현재의 불리함이 타고난 운명이라면 그것을 벗어나고자 꼴 공부를 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좋은 조건으로 태어났다면 그것을 지키는 방법을 깨우치려고 꼴 공부를 하는 것이다.

-2권 67p-

 

 유일하게 사서보게 되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책. 이번 주제는 관상!

 한 작품을 내기위해 방대한 정보수집으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도 1주일에 하루씩 3년간 받은 상학수업과 준비시간을 고스란히 담았다.  

 신문사에 연재되는 전인호 저,전세훈 그림의 '신의 가면' 처럼 줄거리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같이 수업을 받는 듯한 인상을 주고, 허영만 화백 특유의 입담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다. 한번 잡으면 책장 끝까지 놓칠 수 없다. (하루에 1시간 반씩 이틀만에 1,2권을 모두 읽어버렸다.)

 내용을 요악하자면, 얼굴은 우주를 담고 있고, 세모보다는 네모, 네모보다는 둥근 원이 관상학적으로 좋다.



25. 경제 상식사전 - 김민구

 나의 경제입문서 첫번째 책이다. 영단어를 알아야 영어공부를 할 수 있듯이, 경제에 관한 기본적인 상식이 없이 어떻게 경제공부를 할 것인가? 150가지 경제단어의 유래와 세계적인 현재상황에 맞춰 잘 정리되어있다.



26. 숨어있는 영화, 살아있는 영화-노영일

 여러 명작에 대한 대강의 줄거리와 감상평이 있다.

 소개되는 모든 영화를 보고 싶지만, 꼭 보고싶은 영화 리스트를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 정사: vventura(1959,흑백)-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2. 라쇼묜(1950,흑백)-구로사와 아키라

3. 성난 황소: Raging Bull(1980,컬러-흑백)-마틴 스콜세스

4. 무방비 도시 로마: Roma, Citt Apperta(1945,흑백)-로베르토 로셀리니

5. 학은 날고 있다: Letyat Zhulavli(1957,흑백)-미하일 카라토조프

6. 희생: Offret-Sacrificatio(1986,컬러)-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7. 자전거 도둑: Ladri di Biciclette(1948,흑백)-비토리오 데 시카

8. 아프 3부작-샤트야지트 레이

길의 노래: Pather Panchali(1956,흑백)

불굴의 사람: Aparajito(1957,흑백)

아푸의 세계: The World of Apu(1959,흑백)

9.베를린 천사의 시: Der Himmel  er Berlin(1987,흑백-컬러)-빔 벤더스

10.멀고도 너무나 가까운: Faraway, So Close!(1993,흑백-컬러)-빔 벤더스

11. IP5(1992,컬러)-장 자크 베이뇌

12. 우게츠 이야기(1953,흑백)-미조구치 겐지

13. 잘 있거라 아이들아: Au Revoir Les Enfants(1987,컬러)-루이 말



27. 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 - 박성래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된 흑인대통령 버락 후세인 오바마.

 어려서부터 흑인과 백인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한 그는 희망과 화합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단지, 대통령이 된 위대한 오바마에 대한 찬양론이라 보면 곤란하다. 책의 초,중반까지가 그가 겪였던 어려움과 출세의 길을 마다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한 오바마를 비춘다면, 후반부는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오바마를 비춘다. 아쉬운 점은 책이 후반부에 더 있을거 같은데 끝나버린다는 점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누구나가 쓸 수 있는 단지, 자료수집으로 쓴 오바마 이야기가 아닌 KBS 베타랑 정치부 기자가 미국 대선 현장을 발로 뛰며 밀착 취재해서 더욱 실감난다.



28.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나카타니 아키히로

 작가 개인적인 경험을 살린 20대에 해야할 50가지 항목을 만들었다. 기대와 달리 구체적인 사항이 아닌 약간 추상적이며 동시에 활기차고, 무엇이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20대는 다시 오지 않으며, 청춘은 그 무엇보다 값지다는 것을 보여준다.



29. 워렌버핏처럼 부자되고 반기문처럼 성공하라 - 서정명

  뉴욕 특파원으로 활동한 기자가 직접 쓴 책이다. 현장감있게 들려주는 듯 싶으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짜집기 한 느낌만 든다. 워렌버핏 같은 사람은 이미 워낙 많이 알려져 있는 일화가 또 소개되어 있고, 반기문 SG(사무총장) 역시 그에 관한 책이 많아 새로울 것이 전혀없다. 칭찬 일색인 내용 또한 반복되는 줄거리보다 지겨울 따름이다.



30. 빵굽는 타자기(Hand to mouth) - 폴 오스터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쓴다는 건 그런 것이다. 헐값에 팔아 치운다는 건 그런 것이다.

-p172, 마지막 문장-

 

 단순히 글재주로만 먹고 사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얼마나 힘든가에 대한 일종의 회고록이다.(그것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매 한가지라 본다.)

 단지 글을 써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어려움과 지금의 자리까지 얼마나 부단히 노력했는지가 엿보인다. 폴 오스터의 책 중 소설이 아닌 수필(엄밀히 말하면 자서전에 가깝다)은 이번 책이 처음이지만, 그의 소설보다 특이한 이력 만큼이나 흥미롭게 읽었다.

 폴이 서술하는 시기인 1970년에서 거의 40년이란 시간이 흘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세상은 생업작가에게 있어서 고되고 순탄치 않는 길임에는 틀림없다. 마지막 그의 독백이 씁쓸하게 끝난다.



31. 신-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승길 탐험(타나토노트)에서 수호천사(천사들의 제국), 이제는 신후보생(신)까지 왔다!

 나 역시 평소에 사후세계에 대단한 흥미를  가지고 있고, 과학적이면서 동시에 형이상학적인 것에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첨부된 이 책에 빠져들수 밖에 없다.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하고, 우리가 아는 유명인사가 모두 신후보생 이 되어 미카엘 팽송과 신의 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책의 2권 중반부까지 읽었을 때, 나는 직감했다. '이 책은 2권 분량으로 끝날 스케줄이 아니야!'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2권을 다 읽으니, 1부 끝이라 나온다.

 줄거리는 크게 2가지로 나뉘어 전계된다. 올림푸스 산 정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신중의 신 절대적인 존재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팽송과 그의 경쟁후보생들이 18호 지구에서 어떻게 자기 부족을 키우는가?하는 흥미거리(마치 심시티 주인이 되는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3,4권이 반드시 나올거 같은데, 정말 기대된다.

 책 내용 중 헤르메스의 쥐실험과 데메테르 침팬지실험 그리고 아프로디테의 벼룩실험은 그냥 봐도 흥미로운 부분임에는 분명하다. 줄거리와 함께 진행되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줄거리 이해에 도움을 준다.



32. 뉴욕을 알면 영어가 보인다-이유진

 진짜 뉴요커가 쓰는 뉴욕에세이. 뉴욕에서 자라 뉴욕에서 대학을 다니는 작가가 진솔하게 담았다.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사는건 비추천이고, 뉴욕 유학예정 혹은 여행예정자가 사서 가볍게 보기에 알맞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우리동네에 대해 정말 잘 알듯이, 작가 역시 그러한 마음으로 쓰지 않았나 싶을정도로 섬세하고 자세하다. 그리고, 뉴욕이 정말 매력적인 도시라는 것과 미국문화 이해해 많은 도움을 준다. 여느 책처럼 뉴욕에 몇번 여행갔다 오고 대충 쓰는 것과는 질이 다르다는 얘기.